염원화장실(경기도 수원시) / 2003년 제5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우수상' 수상 작품.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원 내 야외음악당 앞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실이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하기 위해 축구공 모양을 형상화해 만든 화장실이다.
축구공·피아노 모양… 동물 모양 문… 호수가 한눈에…
N-서울타워 스카이 화장실(서울 남산) / 남산 정상에 우뚝 선 N-서울타워 전망대에 설치된 스카이 화장실. 해발 350m 높이에 위치하여 남산의 4계절은 물론 밤과 낮 그리고 보는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한국의 화장실’이란 책이 출간됐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으로 펴낸 책으로 대한민국 화장실의 문화와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있는 250여곳의 화장실을 7개월 동안 일일이 발로 둘러보고 1400여장에 달하는 사진으로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행정안전부 원세훈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장실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다”며 “이 책자의 발간과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운영 등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그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책 속을 잠깐 들여다본다.
서울대공원 기린(경기도 과천시) / 2001년 제3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최우수상' 수상 작품.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기린 축사 앞에 설치된 동물 모양을 한껏 표현한 화장실이다. 대변기 부스에 색색깔의 동물 모양을 그려서 동물원 내에 있는 화장실임을 표현하고 있다. 대소변을 할 때나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 동물들이 뛰노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한국의 전통화장실
덕평 자연휴게소(영동고속도로 상행선) / 2007년 제9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수상 작품. 경기도 이천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에 위치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다. 화장실 외벽을 목재로 마감하고 중앙에 대형정원을 설치하여 화장실 어디서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설계했다. 일시에 이용객이 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특성상 입구 공간을 넓게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 이수홍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장 |
피아노 화장실(경기도 남양주시) / 기피시설로 여겨지던 하수처리장을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그 입구에 피아노 모양의 화장실을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있는 화장실로 올라가면 폭포와 산이 보인다. 내부 디자인도 음표, 피아노 건반을 주제로 하여 만들어졌다. 한국 최초로 저작·재산권을 등록한 공중화장실이기도 하다.
'화장실은 그 나라 문화 수준 나타내는 척도
절물휴양림(제주도 제주시) / 2004년 제6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우수상' 수상 작품.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이다. '절 옆에 있는 우물'이라 하여 '절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제주의 야생과 오름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친화적 화장실이다.
아직 손볼 곳 많은데 정부 지원은 계속 줄어'
금강휴게소(경부고속도로 하행선) / 2004년 제6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최우수상' 수상 작품.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위치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다. 뒤로 흐르는 금강줄기와 나지막한 산, 그 맞은편에 자리한 화장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오·폐수 자체 정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환경친화적인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그 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을 나타냅니다.”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제주도 서귀포시) / 2002년 제4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수상'수상 작품.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설록차 생산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지를 찾는 관광객을 위하여 깨끗하고 아담하게 건립된 화장실이다. 작은 규모지만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만을 사용해 화장실을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지난 9월 29일 마포에서 만난 이수홍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장은 목에 힘을 주어 화장실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수홍 회장은 건강문제로 물러난 전임 회장 이영덕씨(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화장실 문화 개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호반화장실(경기도 고양시) / 2006년 제8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특별상' 수상 작품.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내에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는 화장실이다. 화장실 옆에 화장실 박물관을 설치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동서양 각국의 화장실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특히 호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물 안 쓰는 소변기'를 설치한 점이 돋보인다.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이라는 화장실 개선 사업이 시작된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 회장은 “한·일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의 화장실을 비교하는 것이 너무 겁났다”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당시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비교해 우리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세 가지였다”며 “질서ㆍ친절ㆍ청결”을 손에 꼽았다. 그중 이 회장이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청결. 이 회장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연거푸 치르면서 우리 화장실도 많이 깨끗해졌지만 일본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청결에 중점을 두고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Toilart Studio(강원도 춘천 남이섬) / 2007년 제9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특별상' 수상 작품.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 유원지에 위치한 화장실이다. 폐자재인 빈 병, 깨진 벽돌, 철사 등을 이용해서 오래된 화장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관광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운동을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자부한다. 이 회장은 “지난 베이징올림픽 전에는 중국 측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직도 할일이 많다.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국제적인 화장실 개선작업.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행정자치부와 한국화장실협회가 주도하는 세계화장실협회(WTA)조직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이 회장이 거는 기대는 크다. 이 회장은 “화장실이 불결하면 전염병 등이 창궐하는 원인이 된다” 며 “이제부터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의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둘 것” 이라고 했다.
선암사 해우소(전라남도 순천시) / 1920년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전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해우소이다. 전통 해우소의 규모 및 구조로는 전국에서 가장 크고 생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문화자료(21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아름다운 한국의 화장실’이란 책을 펴낸 계기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 화장실 문화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정작 외국에서 사람들이 오면 그 동안 변화상황을 정리해서 보여줄 자료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책이 바로 이번 책이다. 이 회장의 취지에 공감한 덕에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을 책 출판에 지원했다. 그 결과 전국의 화장실과 전통화장실 사진은 물론 화장실의 문화와 역사가 총 망라돼 있는 ‘화장실 대백과’가 나올 수 있었다.
보덕사 해우소(강원도 영월군) / 강원도 지방문화재(132호)로 지정된 화장실이다. 1882년에 건립되어 전통적인 사찰 해우소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용변 자세를 취하고 앉으면 나무 벽에 있는 십자 구멍을 통해서 밖이 훤히 내다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으로 인해 화장실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그로 인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전통 화장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 이 회장은 “전통 화장실이 수세식 화장실로 개선되는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는 것을 전제한 뒤, “과거 새마을운동 때도 화장실을 개선하면 5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해서 너도나도 화장실 개선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만큼 공공기관이나 문화공간에서만이라도 전통 화장실을 보존해서 후손에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도 표선민속촌에 보존돼 있는 ‘똥돼지 화장실’을 그 예로 들기도 했다.
횡성 정순학씨 댁(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 돌담으로 벽을 쌓고 입구는 함석으로 마감했으며 슬레이트 지붕을 호박 덩굴이 뒤덮고 있는 전통화장실이다. 내부에 구덩이를 파고 타원형 구멍이 있는 나무 널빤지 위에 쭈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는 화장실이다.
한편 화장실 개선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에는 정부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보수단체로 분류되면서 정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에 대한 지원이 많이 줄었다”며 “월드컵을 치른 해 50억원가량의 국가보조금이 나왔는데 2004년에는 10억원, 2005년에는 5억원으로 줄었다” 고 했다. 또 “화장실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지방에는 시설이 열악하고 불결한 화장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개선작업과 함께 관리감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사항도 소개했다. 화장실 한줄서기 운동, 한발 앞에서 소변보기 운동, 용변보고 손 씻기 운동이 바로 그것. 또 어려서부터 접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화장실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습관”이라며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청결하게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